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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외수 “박근혜 후보만 영입 제의…문·안 후보는 자기편이라 여긴 듯”

까만마구 2012. 10. 24. 06:25
이외수 “박근혜 후보만 영입 제의…문·안 후보는 자기편이라 여긴 듯”
http://media.daum.net/v/20121023220808757

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일반 
글쓴이 : 경향신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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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은 문턱이 닳는다. 유력 대권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 작가이외수(66)를 만나러 이 산골마을까지 발걸음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는 손학규김두관 후보가 다녀갔다. 대선을 앞두고 팔로어 150만명을 거느린 '트통령(트위터 대통령) 이외수'가 이래저래 정치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 20일 "취재는 하지 말고 그냥 놀러오라"는 말을 꼬투리 삼아 감성마을을 찾아갔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것처럼 '감성마을 꽃단풍은 화냥기에 미쳐가고' 있었다. 작가는 '주침야활(晝寢夜活)'의 '습성'대로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나타났다.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가 자신의 가난했던 젊은 시절을 상징할 수 있는 문학관 내 철문 전시물 앞에서 희망을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천 | 강윤중 기자

▲ 지지 후보 정해지면 트위터로 적극 지원…
결정타 한방 기대하라


- 요즘 왜 모든 대선 후보들이 감성마을을 찾는 건가.

"감성이 부족하니까 그것을 키우려고 찾아오는 거지(웃음)."

- 전부터 인연 맺은 후보가 있나.

"없다. 다만 감성마을 밖에서 문재인 후보를 만난 적은 있다. 작년 11월 < 문재인의 운명 > 북콘서트에 함께 참석했다. 그게 전부다."

- 후보들을 만나보니 어떻던가.

"세 분 다 멋있다. 국민이 지지할 만한 매력, 카리스마가 있더라. 모두들 문화적 감수성이 상당한데, 정책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잠재력, 가장 큰 자원은 문화예술이라고 말해줬다. 공감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 각 후보들의 인상과 태도 등에 대해 평해달라.

"차이를 따지게 되고 해석을 달리하게 될 테니까 좀 참겠다."

-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뚜렷한 국가관, 역사관, 교육관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하는 것을 보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만나서도 그 얘기를 했다. 또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가진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역사를 후퇴시켰다는 말은 듣지 않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

"언론이다. 이렇게 오래도록, 이렇게 많은 언론이 파업을 한 적이 없다. 예전에는 너무 억압된 언론, 표현의 자유가 속박된 언론, 부당해고 이런 것들 때문에 일어나는 파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적 성향 때문에 문제가 일어났다. 이건 민주주의의 기본 문제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언론이 독재시절 수준이고, 세상이 더 불안하게 달라지면 어떻게 하나."

- 이번 대선에서 SNS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한다. 대권 후보들의 SNS 활용을 평가한다면.

"지금 세 후보가 다 트위터를 활발히 하고 있다. 문 후보가 제일 오래 해왔고, 캠프에서도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 같다. 박 후보도 SNS를 잘 활용하고 있다. 안 후보는 트위터 안에서는 젊은 세대의 지지도가 높기 때문에 급속도로 회원을 늘려가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자유로운 소통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 어떤 SNS 전략이 필요한가.

"누리꾼이나 트위터리언들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빨리 파악해야 한다. 영토 문제 등 국제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당당하고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 그동안 줄곧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진보적인 발언을 했다. 임기말인데 현 정부를 평가해달라.

"도덕성을 중시하지 않은 정부다. 또 교육관이 올바르지 않았다. 언론의 파행 책임도 있다. 약점이 없으면 언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겠나."

- 그런데 왜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나.

"이 지역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물, 일꾼으로 지지한 거다. 이 지역은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사상과 철학까지 그분과 상통하거나 일치하는 건 아니다."

- 그렇다면 선생은 진보, 보수 중 어느 쪽인가.

"성향으로 따진다면 나는 진보 쪽에 서 있다. 파로 얘기하면 '제멋대로 살고파'다(웃음). 그렇지만 나는 중도를 고수하려고 애쓴다. 언론이 정상화되고, 우리 사회에 도덕성이 회복된다면 중도를 선언하겠다."

- 이번에 만난 후보들이 영입 제의를 하지는 않았나.

"박근혜 후보만 제의를 했다. 다른 분들은 내가 자신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박 후보의 제의에 어떤 대답을 했나. 솔깃한 제안은 없었나.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정치에 들어가서 하는 도움은 불가능하다고 말해줬다. 그렇지만 진실로 국민을 위한 길이고,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여야를 따지지 않고 도울 것이다."

- 마음속으로는 지지하는 후보를 정했나.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후보들이 곧 어떤 결정적인 카드들을 보여주지 않겠나. 그것이 공개됐을 때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환갑 지난 사람의 태도가 아니겠나.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

- 지지 후보가 정해지면 공개적으로 지원할 건가.

"그렇다.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트위터를 포함해 최대한 적극성을 보일 작정이다. 결정타를 기대해도 좋다(웃음)."

- 그 파장과 함께 다른 쪽에서 비난도 만만찮을 텐데 어떻게 대처할 건가.

"전에 어떤 정당이 '10만 양병설'로 트위터를 동원해 공격했지만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소홀히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 정치적 발언을 부쩍 많이 하는데 어떤 원칙이 있나.

"도덕과 양심의 회복을 위한 것이다. 작가는 시대적 감시자 역할을, 예술은 시대를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 어려운 시대에는 침묵하더니, 이제 와서 나선다는 비판도 있다.

"젊을 때는 비겁해서 말을 못했다. 이제 살 만큼 살았는데 뭐, 맘놓고 떠드는 거지. 과거 작품에서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비판했지만 주정뱅이 하나가 떠드는 것 정도로 치부하고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다."

-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대표적인 것은 인간 가치의 하락이다. 인성이 중시되는 쪽으로 교육의 방식을 바꿔서 회복해야 한다. 성적이 중심이 되고, 물질이 곧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게 만드는 교육으로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 모든 것을 정치에 기대하는 것도 문제 아닌가. 한국 사회가 정치과잉이라는 말도 있다.

"모두 힘드니까 그렇다. 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고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니까 정치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 화제를 좀 바꾸겠다. 선생에게 SNS는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신세타령(S), 노가리(N), 시벌시벌(S)이라고 하더라. 나에게는 습작공간, 나눔공간, 소통공간이다. 나는 글쓰기와 나눔과 소통을 통해 세상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다. 소통 없는 사랑은 없다. 불통의 사랑만큼 슬픈 건 없다. 다른 말로 딱 얘기하면 '밥상'이지."

- 트위터를 잘하는 방법은….

"잠자지 말아야 한다(웃음). 진정성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 애정이 없으면 에너지가 안 생긴다."

- 트위터를 하면서 삶의 태도가 바뀌었나.

"나는 원래 시정잡배다. 요즘은 트위터를 통해 세상 속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벽을 완전히 허물고 권위와 체면을 다 내던진 상태가 됐다. 악플러만 제외하고 모든 사람에게 벽 없이 다가가려고 한다."

- 트위터를 통해 만나는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가.

"회의에 빠진 젊은이들이 많다. 입시나 취업이 어렵고, 장래가 너무 불안정하니까. 그들을 안아주고, 다독거리면서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면 감동한다."

(22일 황석영씨 등 문화계 인사 102명이 문·안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면서 "이외수씨는 애초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명단에는 빠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화통화에서 부인 전영자씨는 "그 문제는 함구하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다.)

< 화천 |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