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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함

까만마구 2016. 1. 11. 23:39


초저녁에 버티기가 가장 힘들다.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면 자정쯤 깨서 한참 버벅 거려야 하기에 가능한 늦게 잠드는것이 좋다는것을. 

눈꺼플 보다는 머리속이 어질러진것에 피곤함이라 버티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한두시간은 멍한 상태로 있다. 


지금 카작에 있는 농장장. 8시만 넘으면 소주 한병 먹고 잠에 빠져든다. 밤늦게 잠들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것에 피곤하지 않냐 묻지만, 육체적 정신적 고단함은 다르다. 무엇이 더 힘들지 알 수 없지만 아무생각 없이 땀 흘리고. 다른 나라에서 낮선 산 그늘 바람을 즐기던 시간들. 과거를 그리워 하는것 보다 낮선 내일을 더 기대 하지만 언젠가부터 비슷한 패턴의 시간 흐름이다.  


내일 아침까지 마무리 해야 하는 거시기가 3가지. 

회사 소개서를 달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네들이 뭘 원하는지 에둘러 생각 해야한다. 


ICT, 혹은 IOT, 단어 한두개 바꿔 놓고 개념이 전혀 다르다 주장한다. 


      1월 멀리 밖에서 돈이 뭉텅이로 들어 온다고 했다. 

      쉰 넘으면 한 나라의 왕이 된다고 했고. 


예전부터 용하다는 도사님이 한 이야기를 웃어 넘기면서도. 50넘으면 해외로 나가 대규모 농장을 만드는것은 오래전부터 계획한거다. 거기다 스마트폰으로 무료로 날아온 신년 운세, 운명이 있어 삶의 길이 정해져 있다면 따분할것이라 생각하지만. 하루. 한 순간 같지않는 생명을 지켜 보는 재배와 생산은 엄청난 data를 비교해 앞을 예상하는 게임이다. 작형 상황과 기후변화. 일기예보를 통해 내일을 예상하고 준비 하는것. 미래를 예측해 작성해 놓은 계획서의 답안지를 맞춰 보는 것이 농업이다. 


근래 이런저런일로 집에 가지 못해 마누라와 소원해진 것도 이름을 바꾸면서다. 호적까지 바꾼것이 아니지만. 자기 이름 바꾸면 신랑 인생이 핀다고 바꿨다 주장하지만. 마누라 이름하나 바꿨다고 삶이 달라진다면. 지금까지 노력하고 집중한 것이 허투로 보일까봐 짜증이 나는것은 또 다른 자격지심이다. 


근래 교육한다는것의 즐거움을. 그 속에서 아쉬움을 


낮선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하지만. 현장에 있어야 하는데. ppt나 만지작 거리는 것에 더 피곤함을 느낀다. 9~10기 4일간 진행 하는것이 결코 쉽지만 않다. 예전에는 연속으로 진행 한다 해도 과정을 달리 했기에 중복되는 것이 없었지만, 교재를 만들고 같은 내용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한참 생각을 되돌아 생각 해야 한다. 교육생들의 상황에 따라 집중하고 깊이 들어가는 부분이 다르다. 수료한 이들이 다시 반복 교육을 받으러 와서 올 때 마다 "교육 내용이 다르다" 주장하는것은 비슷한 상황에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것이 아니라. 이전에 한 이야기에 또 다른 상황을 담아 말한다. 무엇보다 한번 들을때와 두세번 들을때 이해 하는 능력이 올라간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지금까지 대충 그럴것이다 미루어 짐작하던 수준에서, 근거를 가지고 이해 시켜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다. 덕분에 지난 20년이상 대충 그려려니, 이게 저것보다 좋은거구나 하고 대충 받아 들인 것이, 수많은 이들에게 설명 하면서 또 다른 관점에서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 보게 한다. 수학이 아니라서 개인 이해가 달라 비슷하지만 같은 질문이 없기에 답하는것도 달라진다. 가끔 엉뚱한 질문에 당황하면서 여러가지 상황이 연결될 경우는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몇달전 기본을 이해 하지 못하는 이들이 꽤 수준높은 질문을 할때는 그네들의 성장에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남을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스스로 예습하고 복습하고. 검게 밑줄그어 원본을 알수 없을 정도로 두껍게 덛칠하고 있다.  


이번 9~10기는 교재를 미리 만들었다는 것에 앞선 기수들은 아쉬워 한다. 

늘 시간에 좋겨 시작해 놓고 교재가 나오는 반복이었던 가장 큰 이유가.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조금씩 더해지는 자료들. 9기는 엉뚱한 이들도 있지만 절반이 현재 농업생산을 하고 있는 이들의 2세들이다. 사회에서 직장다니는 자식들을 그네들의 삶을 물려 주고 좀더 발전하길 바라는 맘에 그의 아들들을 이곳으로 보냈다. 


스스로 내 아이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물려 받았으면 하는 것은. 만족과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기에.. 


6시 부터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마무리 해야 한다 몇번이나 되세기다. 결국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거시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