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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그의 딜레마.

까만마구 2013. 5. 6. 09:14


  블러그에다 자료와 생각을 올려 놓은 것은 머리속 저장 공간이 부족하고 갈수록 심해지는 단기 기억 상실증과 건방증 때문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자료들을 과거처럼 인화해서 모아 놓은 앨범과 밀착인화한 필름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쉽지 않다. 


  노트북이 처음 나왔을때. 자료들을 스켄으로 저장해 놓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노트북을 잃어 버리거나 고장 났을 때의 당혹감. 백업 받아 놓고. CD로 구워 놓은 것이 책상 한켠에 쌓여 갈때 새로운 학설과 새로운 방법의 기술들로 과거 자료가 단지 참고만 할 뿐 필수 자료가 아니라는것에 당황해 하고. 디카가 나오고 여러가지 저장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 나면서 자료들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 


  전시회나 세미나 여기저기서 긁어 모은 복잡한 자료들을 쌓아 둘 수 있지만 이것을 분류하고 필요한 자료들을 찾을 수 있게 관리 하는것이 오히려 자료속에 자료가 파뭍히는것처럼 계륵 같은 경우가 있다. 


며칠전 독일 원예치료마을 자료가 필요해 몇개의 하드를 뒤집다가 찾지 못했다. 결국 직원에게 빌려준 노트북에 있다는 것을 나중에. 그것도 우연히 알았을때의 황당함. 



  블러그에 비밀글로 분류해 꽤 많은 자료들을 감춰 두고있다. 그날 그날의 생각을 정리해 놓는 하나의 일기처럼 사용하지만 근래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다 보니 미처 생각 하지도 못한 일들이 있다.  북한 관련 글에다 좌빨 이니 뭐니 비난을  적어 놓은 이들이 있고.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지 않는것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냥 개인의 공간 여기 저기 쌓아 놓고 관리 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해 그날 그날 생각난 것을 올려 놓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 갑자기 찾아 오는 이들이 많고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많이 불편하다. 



  모바일로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상황에서. 블러그에 올려 놓은 자료들을 활용하기 쉽고 큰 힘이 된다. 다른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블러그를 열어 사진과 자료들을 보여주면 쉽게 정리될 경우가 있었다. 말로 만 하는것이 아니라 직접 가서 보고. 촬영한 기록을 가지고 이야기 할때 내 주장에 힘이 실린다는 것을 느끼면서 블러그를 더 많이 활용하지만. 오랜만에 전화온 농가에서 내 블러그를 보고 자기들도 유리온실에다 오이를 정식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힘이 빠진다. 오이 재배에 관련된 자료좀 달라는 요청에 딱히 답하기 곤란하다. 


가능한 농장의 방문을 막고 있지만 정기적인 점검과 불숙 찾아오는 관련 영업 사원들.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을 막기는 어렵지만 속내는 모르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그네들이 잘 알탠대.  



  가장 재배하기 어려운것이 오이와 토마토다. 사람에 따라 시설에 따라 생산량과 품질 차이가 많이 나는것을 어려운 작물이라고 할 때. 오이와 토마토는 그 정점에 있다. 단기작을 하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쉬운 작물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 재배로 끌고 갈때는 쉽지 않다. 연속 개화시키고 연속 착과 그리고, 연속 수확을 한다는 것은 해 보지 않은 이들은 감히 이야기 할 수 없는 복잡한 일이다. 


어떤것이 생식생장이고 영양생장인지. 그 판단의 기준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지만. 국내에서 장기재배한 기록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동안 수 많은 시행 착오를 격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것을 그냥 달라고 한다면. 쉽게 줄 수 없다. 단동 온실과 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그나마 광 투과률이 좋은 유리온실과 수동이지만 여러가지 환경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인데. 우리보다 시설이 더 좋은 곳에서 오이를 재배 한다면. 그리고 하나 둘 유리온실에서 오이재배로 돌아서기 시작한다면. 일반 농가의 타격은 크다. 


  동내축구판에 국가대표급들이 들어 오는 것의 무서움을 이네들은 알지 못한다. 겨우 화옹지구 30,000평 유리 온실 하나를 불매 운동하는 아둔한 이들이. 유리온실 10,000평 이상 가진 농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구멍가게는 대형 마켓의 무서움을 잘 모른다. 혼자 벌어 혼자 쓰는 것이 경쟁력 있다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형 농업생산 시설에서 어떻게 농산물을 생산하고 그 생산비용이 왜? 노지 보다 낮은지 이해 하기는 단순히 정부 보조금이라 주장하기에는 감춰진것이 많다. 우리같이 정부 지원이나 보조 없이 자비로 투자하고 생산 하는 농가들이 많이 있다. 자비를 투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과 생산에 대한 철학이 확립되어 있는 프로들이고. 그네들이 접근하기 시작하면 농업의 판도가 바뀔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어떤 이들은 그돈 있으면 가게나 하나 내거나 건물하나사서 임대료 받으면서 편히 살겠다 말하지만 농업 생산의 경제성을 알지 못하는 이들의 꼼지락 거림밖에 되질 않는다. 농산물 가공을 이야기하고 마케팅, 유통을 이야기 하기 전에 농업 생산의 수익률이 훨신 높고 안정적이다. 



  오이가격이 년중 최저를 가르키고 있다. 예년에 비해 생산면적이 10% 증가 했고. 그 이유가 토마토 재배하던 농가들이 바이러스로 인해 다른 작물을 선택하면서 지난해 가격이 좋은 오이를 재배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올해 딸기로 적자본 농가들이 후기작으로 오이를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고. 바이러스 피해를 입은 유리온실에도 같은 계열이 아닌 오이를 들어가겠다는 이들이 있으니. 오이 생산량은 늘어가고. 그에 맞춰 가격이 내려 가는 것이 당현하겠지만 재배 면적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 해야 할까?. 


각종 정부 지원을 독점해온 화훼와 과채류 수출 농가들이 내수용 오이재배로 돌아 선다고 했을때. 우리는 자본과 기술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토마토 재배전문가를 주장하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완패해 오이로 바꾼것이 창피하고. 미안해 하고 있는데.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오이로 작목을 전환 하겠다는 유리온실들이 있다는 것에 부담이 크다. 


블러그는 그냥 개인의 잡기와 잡 생각을 올리는것이지 전문적인 자료를 올리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하루의 시작.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를 블러그에다 작업 일기를 올리는 것이라면. 그 즐거움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는것을 느끼면서. 불편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