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네비게이션을 철거했다.
직업병으로 반복되는 같은 소리에 과빈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곳이나 주소 하나만 있으면 찾아 갈 수 있다 주장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은 여러 조건을 비교해 다양한 길을 안내해 주고 있어 선택 할 수 있지만 네비에 의존해 길을 가다 보면 어떤길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여러가지 기능과 발전하는 기술로 다양한 사양이 나와 있지만 그냥 예전처럼 정밀 지도 하나 구입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 네비게이션이 없을때 유일한 장비는 GPS 수신기였다. 미군이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위성 신호를 받아 좌표를 수신할 수 있었지만 지구는 둥글게 생겨 그 편차 까지 계산 해야만 했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질 않았다. 전세계 어디를 가든 고도와 좌표를 알수 있었던 수신기. 가격 또한 상당했었다. 군에서 사용방법을 배우고 고산 등반을 하면서 구입 하지 않았다면 그런것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시절.
한국에서는 도로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홀수로 끝나는 번호는 남북을 짝수는 동서를 가르키고 둥근 파란색은 국도. 노랗고 사각형은 국도. 2자리 이하의 사각형은 지방도로.
이정표를 보고 가는길의 방향을 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도심에서 잠시 길을 잃어 버릴 수 있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있다면 네비 없이 길을 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이 있다고 했다. 나름 남들보다 기억력이 좋은 것도 아니며 그리 깊은 학문을 한 것도. 좋은 인맥과 학력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다른이들보다 조금 나은점이 있다면. 한번 지나간 길은 거의 기억한다는것. 하늘을 보고 대략적 위치를 알 수 있고 방향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앞서 있었는데. 네비게이션 때문에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발전 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퇴화 시키는 것은 불안감.
낮선 길을 가는 여행이 아니라 목적을 정하고 처음가야하는 길은 지도가 있고 나침판이 있고 각도계 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남들이 가는길. 다른이들이 지나가는 길을 가야 한다고 우격 다짐으로 알려 주는 기계가 언제 부턴가 귀찮아 지기 시작한다.
가끔은 인생도 누군가 옆에서 네비게이션 처럼 띵동 알려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들이 가는 길. 넓고 목적지 까지 빨리 가는 길 보다는 낡아 조금은 희미해진 지도를 가지고 걸어가는 것이 삶의 목적이 아닐까 하는 착각들.
넓고 편한 산업도로보다는 구불 구불 넘어가지 못할 산으로 향해 있는 농로를 가고 싶은 것은 혼자만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