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칼럼

"기계 한대에 1억...누굴 위한 기술개발?" 외면받는 농진청

까만마구 2011. 8. 30. 19:51

"기계 한대에 1억...누굴 위한 기술개발?" 외면받는 농진청


기계 한대에 1억이 넘어요. 누굴 위한 기술인지 모르겠어요."
경기도 화성에서 포도농장을 하는 이 모(49)씨는 3년 전 서울에서 열린 '농업기술 전시회'만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품질좋은 포도 생산에 도움이 되는 기계나 기술이 있을까 싶어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열린 '농업기술 전시회'를 찾았는데 '억'소리만 듣고 돌아오게 된 것.

이 씨는 당시 포도 '당도'와 무게까지 측정, 일정 규격으로 포장되는 '비파괴선별기'라는 기계를 보고 마음에 들어 구매 가격을 물었더니 '1억5천만 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는 "품질을 균일하게 해 시장에서 제 값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 구매해볼까 했는데 깜짝놀랐어요. 우리 같은 소작농들한테는 그림의 떡이죠. 누굴 위한 기계인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당시 현장에 있던 농진청 관계자는 '비파괴선별기' 기술개발에만 15억 원이 들었고, 10대를 팔아야 개발비용이 상쇄된다고 말했다고 이 씨는 전했다.
이 씨는 "그러면 농촌진흥청은 애초에 10대만 팔면 본전은 챙긴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 기계값을 지불할 수 있는 소수 부농만을 위한 기계였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의 얘기를 듣고 CBS취재진은 3년이 지난 현재, 해당 기계가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해당 기계를 판매 중인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업체 관계자는 "라인까지 설치하면 한 대당 2억 5천만 원이다. 초기에 이슈는 됐었지만 아직까지 한 대도 안팔렸다"며 "워낙 고가이고 포도알이 많이 떨어질 수 있어 농민들이 큰 이점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에서 연구개발한 가공용 쌀의 보급실적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농진청은 지난 2007년부터 공급처를 늘려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건강증진.의약보조용 등 기능성 쌀과 쌀국수, 김밥용 쌀 등 가공용 쌀 57종을 개발했다.

하지만 생산량은 2009년 기준으로 129톤, 재배면적은 2만4천260ha에 불과해 생산 농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농촌진흥청이 농업인들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나 기계들이 비싼 가격과 기술이전의 어려움, 낮은 경제성 등으로 인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한나라당 성윤환(경북 상주) 의원에 따르면 농진청은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1조7천169억 원의 R&D예산(인건비 제외)을 사용해 2만7천440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성과의 실용화 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전 건수는 737건, 수입은 13억8천만 원(0.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진청의 R&D예산이 지난 2005년 3천44억 원에서 2010년 4천606억 원으로 5년 새 50% 이상이 증가한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농진청이 '혈세'만 수천억 원을 쓰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윤환 의원은 "농진청이 농업 현장이나 농식품 산업에 직접 적용 가능한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연구를 위한 연구에만 집중해왔다는 뜻"이라며 "현장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농진청의 실용화실적 저조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9년 9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설립했지만, 실적이 극히 저조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성 의원에 따르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2009년 출범 이후 189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지만, 실제 기술이전에 따른 수입은 1%인 1억8천600만 원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민간업체에서 개발한 농기계의 검정시험평가와 단순 조사 및 분석, 종자.종묘 증식 판매 수익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기술 실용화에 대한 수익은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의원은 "농업기술의 실용화를 목적으로 출범한 재단이 실용화와 관련된 업무보다는 연구분석 사업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면서 "이럴바에는 실용화재단을 설립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지난 6월 기획재정부에서 시행한 '201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 평가를 받아 기관장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실용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이제 설립된지 2년 밖에 안됐고 지금은 기반을 닦는 시기여서 5년 이후에야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예산도 적어 실용화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농진청 관계자도 "기계나 기술을 만들어도 실제 현장에 접목시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존것을 조금씩 조금씩 발전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적이 크게 나오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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