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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여백

까만마구 2015. 2. 11. 10:19


지난 한달동안 약 8,000km 를 이동했다. 평상시 6,000 정도 욺직였지만 평창일로 몇번 왕복하면서 거리가 왕창 늘었다. 사무실 위치가 중부 지방 서쪽 끝 이라서. 일상으로 욺직이는 거리가 기본 300km정도, 가까운 합천 한번 갔다오면 300km가 넘는다. 격주로 가는 부산 집까지 왕복 650km . 거기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 머물러야 하는곳 합천. 안양. 횡성. 거기다 익산과 부산으로 묶으면 이동거리가 참 거시기 해진다. 대부분 고속도로 인근이라 도로 상황은 좋지만 피곤하거나 졸음이 쏟아지면 국도로 빙글 돌아서 가게된다. 고속도로와 달리 느릿한 국도는 오히려 정신이 맑아져 자주 애용한다. 가능한 낮선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뭔가 예전과 다른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는 호기심과 설램. 기억날듯 나지 않는 옛 길을 찾아 굽이돌아 가는 즐거움은 피로와 시간을 잊게 만든다.  


 설 지나서 자주 방문해야 하는 횡성(640km), 안양(450km)은 하루만에 왕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꼭두 새벽에 나서서 자정이 다 되서야 돌아오는 일정. 거기다 안양 말고는 내 책상과 침구가 현장마다 놓여진다. 두 집 살림이 아니라 네집 살림을 해야 하는 상황. 거기다 하는일과 목적. 그리고 방향이 다르다.


책을 읽다 지겹거나 어려워 이해 하기 힘들면 잠깐 휴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을 펴든다. 컴에 모니터 2개를 연결해 놓고 보고서 쓰다 맊히면 강의 발표자료 만들고. 그것도 따분하면 계획서 만들기. 또는 연재하는 기사 작성. 교재 기타 등등 몇 개의 다른 주재를 띄어 놓고 들락 거린다. 꽤 사양이 높은 컴을 가지고 있지만 몇 달지나지 않아 용량 초과로 버벅거리는 것이 일상이 된다. 한 가지 일만 매달려 있을 때 보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 할 때 집중하지 못하고 분산되지만 오래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컴을 두들기면서 다큐를 같이 듣고 보고 있다. 


어느 하나 집중 하면 다른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을 즐기는 것. 책을 읽으면서 라디오 소리가 들리며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잠을 청하면서. 뭘 틀어 놓는것은 깊은 수면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은 무엇을 집중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기위한 하나의 방법이 된다. 스스로 다른것을 잊어 버리고 집중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예전 빅월 클라이밍을 즐겼던 이유는 바위에 집중하고 있으면 바람과 다른것을 느낄 수 없다. 손가락의 아픔과 허리춤을  잡아끄는 자일과 밸트는 정상까지 오르기전에는 느끼지 못한다. 정상. 목적지 까지 올라가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몸이 비명을 질러 한참을 투덜러겨도 다시 산으로 향하는 것은 집중하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혼자 운전하는 부담이 크지만 그나마 조금 둘러가면서 삶의 여유를, 긴 시간의 여백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