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때 맞춰 내리는 비.
일요일은 쉬는날 이라 알고 있지만 농사꾼은 일요일이 더 바쁘다. 남들이 쉰다고 같이 쉬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찍히 알고 있지만. 오늘 아침부터 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가 고맙다는 생각.
일요일 비가 온단느 것을 예보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새벽 3시 잠깐 깨었을때는 비가 오지 않는것에 조금 불안해 했었다. 하루 쉬어야 하는데.
에너지의 고갈은 아니지만 계속 이런 속도로 작업이 진행되면 사람들이 지치게 된다. 한달동안의 일정에서 처음 일주일이 중요하지만 지난번 화성에 비해 작업 속도가 배로 빠르다. 한번 해본일. 시행 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장비와 공구를 좀더 보강하면서 시작한 일이지만 그래도 사소한 실수와 미처 경함 하지 못한 부분에서 오류가 있었다.
오거 작업을 하면서 기초를 흔들어 놓은 곳은 무거운 리프트가 다가가기 어렵다. 좌측으로 발판을 만들어 여유를 만들지만. 5m 까지 올라가 별다른 안정 장치 없이 이 발판위에 서서 작업 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집안일로 몇명이 빠지는 바람에 결국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오늘 하루. 온종일 임펙트 들고 작업을 진행 하면서 양쪽 어깨가 임펙트 진동에 얼얼하다.
언젠가 부터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입으로 농사짓고 입으로 일하는 입장이 되어 있지만 그래도 현장에 있었던 기간이 길다. 스페인 기술자 "네루" 그녀석이 버벅거리면 "야! 비켜 내가 할 깨" 라 말 할 수 있다. 힘은 딸리고 배가 나온만큼 굼뜨겠지만 몇년전까지는 말보다 몸이 욺직이는 고급 기술자 였다.
화성, 안성, 김제, 진주, 경주. 다섯 군대 약속한 것만 마무리 하면 더이상 이런일에 관여 하지 않으려 하지만 재배와 생산에서 시설의 중요성은 높다. 시설재배에서 시설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생산은 어렵다.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이라면 최소한 내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외부로부터 원하지 않는 바람이 들어오거나, 비오는날 환기를 할 수 없다면. 그리고 결로가 온실 안으로 떨어진다면 그것은 최악의 조건이라 할 수 있지만 국내 대부분 온실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웅포 최신 한국형 유리온실이라는 곳에서 격으면서 울화통과. 허무함. 고치는것 보다 새로 짓는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 하면서 웅포 농장은 그동안 10년 넘게 나를 뒷받침 해주던 농장장에게 물려주고 한발 물러나 버렸다.
국내 시설농업을 망가뜨리면서 아직 이래라 저래야 한다 주장하고 있는 그네들에게 반발이다. 시설재배의 기본도 모르면서 전문가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억하심정이라 할까? 재배와 생산에 실패한 책임을 그네들에게 떠 넘기는 핑계가 될 수 있지만 그래도 한국형이라 주장하던 것이 얼마나 어리썩은 일이었는지 공론화 될 수 있는것만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익산 웅포농장. 최신 한국형 유리온실이라지만 거지 발싸게 보다 못한 녀석을 복구하고 운영하면서 내가 왜? 이런일을 해야 하는지 자책한적이 많다. 수리 복구하면서 들어간 토마토. 몇달 넘지지 못하고 발생한 바이러스. TOCV 국내 최초 발견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지만 내가 키우는 작물을 걷어내는 것은 처음 이었다. 창피함을 떠나 미안함. 지켜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쓸픔. 농장장에게 작물을 걷어 내라고 한 후 농장을 며칠 비웠다. 차마 볼 수 없음을. 미안함을. 죄송함을.
온실에 관심을 가진것은 그 이후다. 나는 재배 생산 기술자지 유리온실 기술자가 아니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조금 불편하거나 시스템을 잘못한 경우는 많아도 온실이라는 이름의 최소한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 기본도 되지 않은것이 한국의 온실이라는 것을 온실에서 결로가 떨어지지 않는것이 기본이고. 어떠한 경우도 환기가 가능해야 한다. 태풍이 불어도. 환기창이 열수 있어야 하고. 폭구가 솥아져도 환기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작물을 재배 생산하는 온실이 된다.
다섯군대. 다섯개의 온실은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것은 비슷하지만 재배 작물이 다르고 환경 관리 방법이 다르다. 20년 넘게 시설농업 관련 일을 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한 실력을 외부의 힘을 빌려 진행 하고 있지만 이것이 기본이 됬으면 하는 생각. 무엇이 옳은지 평가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기본은 지켰으면 하는 생각에 여기 까지 오게 된다..
시설 전문가 보다는 생산 운영 전문가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당분간은 시설전문가 가면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