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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공고 갈래?

까만마구 2013. 12. 2. 14:05


큰 녀석이 중3이다. 


나를 닮았는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만 집중하는 버릇이 있어 반에서 성적은 전교 30%정도 한다. 수확과 과학은 1등급이지만 다른 과목은 공부를 했는가 안했는가에 따라 등락 폭이 크다. 예전에 95점 이상 한과목에 만원 이라 용돈을 걸었더니 잘하는과목 집중하고 절반을 포기하는 작전을 사용하기에 더이상 성적에다 용돈을 걸지 않는다. 잘하는것을 더 집중할 것인지 부족한 것을 보충할 것인지 이녀석도 고민을 하고 있다. 


중3 담임은 인문계 가서 중위권 하는것 보다 상고에 가서 상위권 하는것이 어떤가 묻는다. 


  농사꾼을 만들기 위해서 농고를 보내고 싶지만 교육 과정을 봐도 체계적으로 농업을 가르치는곳은 거의 없다. 농고에서 삽질을 배우는것이 아니라 재배와 생육환경을 배웠으면 하지만 몇 사람 때문에 교과 과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인문계보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게 하고 싶은 맘은 없다. 


  남들이 정한 순위표에 의지하는것 보다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하는 생각.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강요 하지 않는다. 강요한다고 들을 녀석이 아니다. 나를 닮았다면 분명 듣는척 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할 것이라는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것을 아이들이 대신 해주길 원하고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체계적으로 배웠더라면. 기초가 조금만더 튼튼 했더라면. 아쉽거나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농업 생산 일선에 있으면서 지식이 부족한 것을 많이 느낀다. 그렇다고 다시 공부하려 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기를 놓쳤다고 해야 할까?. 젊었을때 너무 많이 돌아 댕겼다. 산악인을 꿈꾸고 티벳이나 오지에 묻혀 있기를 꿈 꾸고 지금도 기회를 보고 있지만. 학문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 있다. 


하고있는 일에 부족한것을 느낄 때 쉽게 손을 때지 못 한다. 조금만더. 조금만더. 그렇게 더해진 하루가 몇달 그리고 몇년이 되고 있다.  


- 너 공고 갈래. 아빠도 인문계 가는것 보다 실전을 배우는것이 좋지 않겠나?. SKY 갈것 아니라면 지금부터 특성을 찾는것이 좋지만 너가 아무리 수확과 과학을 잘한다고 하지만 상고보다는 그냥 공고 갈래?. 


오늘 다임선생과 통화를 하면서 부산공고 전기과로 거의 낙찰봤다. 내가 전기과 졸업생이라. 전기가 익숙하기도 하지만. 모든 학문은 전자의 이동. 그리고 모든 부하는 전기력으로 이루어지는 것. 


두말 없이 "예!" 라도 답한다. 공고 전기과 나와서. 니가 원하는 대학 가라.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넘겨 받아 더 수준을 높여 주기를.. 


이제 겨우 중3 여학생에게 강요아닌 강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