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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좋아 하세요?.

까만마구 2013. 4. 28. 21:15


등산 좋아 하세요? 


자주 듣는 말이다. 


  시골에서 농장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산을 좋아하고. 낚시도 좋아하고. 산나물 종류도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사람들 


  예전에 프로 산악인을 꿈꾸던 열혈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산이 좋냐 물으면. 


"힘들게 왜? 산에 가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뚱쳐 버린다." 


  그네들이 말하는 산과 우리가 알고 있는 산의 개념이 다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을 이야기 하고 싶다.  겉과 속 비슷한 옷을 입고 있고, 등산을 좋아 한다고 산악인이라 할 수 없다. 산악인 보다 더 강한 것이 악우(岳友), 단순히 산을 운동과 스트레스해소,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한 하나의 쉼터라 생각 하는 이들에게. 한때 산에서 살고 산에서 죽기를 바라던 산악인이라는 것일 이야기 하기 어렵다. 


예전에 D.S.C 회사 면접에서 취미란에 등산이라는 것을 보고 담당 이사가 물었다. 어느 산을 가봤는가? 대청봉까지 몇시간 만에 올라갈 수 있는가.  기타 등등.. 가장 높이 오른곳이 몇 미터인가?  질문속에 은근히 자신의 관록을 이야기 하는 것을 그냥 넘어가야 했었다. 


   - "부산 산악인들은 미끈한 인수봉보다 크랙이 많은 선인봉을 좋아하고. 작년에 쿰부 히말 Lobuchea 동벽 개척등반으로 세계 초등 했습니다. "


  띠바. 날 소개해준 선배한태. 면접자리에서 이사님 망신 줬다고 엄청 구박 받았었다. 당근 산을 좋아 하고 물었으니 답 한것인데. 그네들이 이야기 하는 등산과 우리가 이야기 하는 산행 그리고 등반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등산 보다는 산행 이라는 말을 잘 사용한다. 3,000m 아래에서는 Climbing 이라는 말보다 Trekking 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정상정복처럼 산을 무시하는 말은 금기처럼 되어 있다. 등정 성공 혹은 Success 라는 말을 사용한다.   


산을 어떤 단어로 이야기 하는 가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받아 들이는 것이 다르다. 


등산이나 산행 보다는 등반을 좋아한다. 


짧고 굵게? 

  며칠씩 걸리는 종주 산행 보다는 단기간 치고 올라 갈 수 있는 벽등반을 좋아 하는것은 체력적인 안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벽등반이 어렵다 해고 종주 산행보다는 힘들지 않다. 바위에 며칠 매달려 있는것 보다는 며칠 무거운 탠트와 짐들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락 거리는 것은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만 벽등반은 순간적인 힘과 순발력. 그리고 균형을 유지 해야 하기에 체력적인 부담을 경험과 훈련으로 어느정도 감출 수 있다. 



새벽 5시반. 


출발한다는 문자 하나. 


   - 나중에 왜 전화 안하고 문자 보냈냐 물으니. 오랜만에 집에 왔다는데 피곤하면 그냥 자라고.. 


주말 내려 오면서 어렵게 연락된 산 선배와 무명바위 릿지 등반을 하기로 했었다. 짠밥은 내가 많지만 나아가 나보다 많다고 선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선배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그냥 나이 많다고 년배. 형 이라 할 수 있겠지만 선배 라는 것은 그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전날 야바위(밤에 등반 하는것 조용해서 좋다)를 하려던 것이 비가 온다는 예보에 일요일 아침 등반으로 일정을 바꿨다. 


형은 화명동 쪽으로 올라온다고 하니 남산동에서 혼자 무명바위 암부까지 올라 가야 한다. 


차로 최대한 갈 수 있는곳 까지 끌고 가서 삼각 김밥 2개로 허기짐을 달래고 신발을 갈아 신는다. 


동쪽. 나무 사이로 밝고 붉은 점 하나.  해가 떠 오르고 있다. 늘 농장에서 일출을 보고 있지만 산에서 보는 일출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운동장을 깍아 한참 공사중인 외국어대 현장을 우측으로 끼고 돌아가 좁은 공터에 차를 세워 놓고 돌계단으로 모양을 잡아 놓은 길을 따라 한시간 올라가야 한다. 



꽃. 이름은? 글새. 산에서 별로 아는 것이 없다. 


  흔한 나무 이름도 소나무나 알까 다른 나무는 정확한 이름을 모른다. 풀과 나물, 수 많은 생명들이 서로 다른 이름이 있을탠대. 어느것 하나 알고 있지 못하니. 산을 좋아 한다 할 수 없지만. 굳이 이름을 알아야 할까? 


그냥 이쁜 꽃. 푸른나무라 이야기 하면 안될까? 모든것이 산이라는 이름속에 담겨져 있는데. 산을 좋아 한다고 하나하나 이름과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회룡정사 입구 


 조계종이 아니라 대처승이 있는 절이다 큰 스님과 보살님. 그리고 젊은 스님 한분. 


한때 이절 옆 길에서 보이지 않는곳에 텐트를 치고 생활한적이 있다. 절에는 고시 공부 하는중이라 뻥치고. 늘 산으로 바위로 뛰어 다녔었다. 



마음의 고향. 


멀리 무명바위가 보인다. 


  부산 산악인들도 각자 취향에 따라 좋아 하는 바위가 다르다. 부체바위 와 나비암 보다는 무명바위 그리고 태종대 해벽을 좋아 한다. 무명바위는 고향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시간의 여우가 있으면 늘 여기서 보내던 곳인데 자주 오지 못하고 있다.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집에서 40분정도면 충분히 도착하는 거리를 한시간 가까이 걷고 있다. 


빈몸에 카메라 하나 들었을 뿐인데 헉헉 거리며 걸어 오르는 길이 힘들다. 


한달전 다친 무릎이 삐거덕 거리고 땀으로 머리속이 부글거린다. 



산길. 


높이 떠 오르는 해는 머리 위에서 긴 그림자가 내가 가야 하는 길을 가르키고 있다. 



뭔 꽃이더라. 


작고 이쁜 꽃이 발 걸음을 멈추게한다.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잠깐 앉아 쉬면서 숨을 고른다. 투덜 투덜. 이런 저런 이유로 운동을 게을리한 부작용을 느끼고 있다.  



무병바위 초입,  


뒤 따라 오던 붉은점은 밝은 빛을, 나무 사이로 내려와 땅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삐죽 흙을 뚧고 올라오는 새싹과 나무의 새 잎들에게서 산의 싱큼함. 오래동안 잊어 버렸던 옛 기억들이 복잡한 머리속을 비우고, 채우고. 


등반을 하면서 여러가지 색다른 경험을 하지만 거벽에 매달려 발끝에서 해가 떠 오르는것을 본적이 있다. 


수평선에서 해가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발끝 아래쪽에서 해가 떠 오르는것을 볼 수 있다는것. 높은 빌딩에서 수평선 아래 해가 떠 오르는것과 다르지 않겠지만 느낌이 다르다.  



전에 없던 말뚝들이 중간중간 자신의 위치를 가르키고 있다. 


누군가 서 놓은 무명릿지 가는길. 예전 금정산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고 등산객들이 늘어 여기저기 산이 파해쳐 지고 구석진 곳에 감춰진 쓰레기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예전 모습을 많이 회복되어 있다. 


가끔 "한국사람은 이래서 안되! 저래서 안돼! " 주장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한국사람이 아닌가 묻고 싶은 충동들. 결국 시간이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끝해진 작은 산길에서 혼자 즐거워 하고 있다. 



무명바위 초입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고 있다. 


화명동쪽에서 올라 온다면 한시간 더 걸릴것 이기에.. 널찍한 바위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 보면서. 이네들은 어떤 이유로 산에올까? 여기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가져 갈 수 있을까?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암부까지 다가 가니. 바위를 넘어와서 자일을 설치하고 있다. 

굳이 자일이 필요할까? 혹시나 해서 암벽화와 자일을 가져 오라 부탁을 했었다. 

예전에 슬리퍼신고 뛰어 다녔다 해서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무명바위에는 다양한 등반 코스가 있지만 릿지의 첫 출발은 대부분 여기서 한다. 부산바위애서 보기 힘든 슬랩이지만 그리 어려운코스는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오다보니 잡을곳과 발을 올려 놓을 곳이 맨들맨들해져 있어 미끄러질 수 있고 미끄러 지면 아래쪽까지 한참 떨어져야 하기에. 어디 한두군대 부러뜨리게 된다. 119 구급대 부르는 위치번호가 괜히 있는것이 아니다.  



상진이형 3번째 자일 파트너, 꽤 많은 산행을 같이 했었다. 나를 위해 자일을 깔아놓고 확보를 보기 위해 먼저 올라가고 있다. 



헉헉 거리다 못해 캑캑 거리기. 


온몸에서 아우성이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에 힘을 가하면서 그네들이 지르는 비명이 뒤죽 박죽


애꼬 애꼬.



나머지 침니와 이어지는 구간은 자일이 굳이 없어도 되지만 힘드는것은 똑 같다. 



어렵지 않는 코스스. 늘 가벼운 맘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무거워진 몸을 핑계삼고 대퉁 둘러맨 카메라 때문에 등반하기 쉽지 않다. 


  " 히말라야를 제집처럼 댕기던 놈이 이러면 안되지.. 기본 가락꾸는 늘 가지고 있어야지."


앞서가면서 위험한 부분에서는 자일을 내려준다.  



무명바위 릿지 등반은 안개가 있을때 가장 아름답다.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구름속에 혼자 있는것 같은 상황. 앞서가도 뒤 따라 오는 이들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릴때. 익숙한 바위와 산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가오던 눈이 오든 무명바위를 오르는데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오히려 강한 바람과 변화 무상한 일기속에 등반하는 것을 큰산을 등반하기 위한 하나의 훈련으로 생각했으니 그 당시 생각하고 행동 할 수 있는 것은 산과 바위 그리고 등반에 집중되어 있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려야 하지만 지금은 저만치 떨어져 있다. 


굳은살이 박혀 있어야 하는 손가락은 바위에 긁혀 쓰리고 바위 사이로 벌린 허벅지와 무거움 몸을 끌어 지탱하고 있는 팔뚝의 고통이 크다. 



이정도는 오르지 않을까? 그냥 앞서가는 이를 바라만 보고 있다. 



자일을 내려 줄까 말까?.  필요하면 이야기 하라고 앞서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슬랩에서는 무거운 몸과 암벽화가 아닌 트래킹화를 신었기에 미끌어 지만 크랙에서는 아직도 버틸 수 있다. 손가락은 약해졌어도 손을 크랙 사이에 밀어넣고 쨈잉으로 버티는것은 어렵지 않다. 그나마 크래에서는 예전에 몽에 익숙한 자세를 할 수 있다. 

 


금정산.  금정산은 산신령이 여자라 했었다. 산 능선에 물이 많고 험하지 않다고 해서. 


집에서 한두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곳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멀리 보이는 부채바위. 부산 산악인들의 놀이터. 여기서 시작해 멀리 보고 멀리 갈 수 있다. 



마지막 하강. 안자일 방식으로 하강 한다. 그냥 자일 없이 침니로 내려와도 되지만 굳이 무리 할 이유가 없다. 


괜한 아집과 자존심을 내세워 동행자에서 짐이된다면 그것보다 창피한 것은 없다. 


산행은, 등반은 동행자에게 짐이 되면 안된다. 스스로 자신의 역활과 할 수 있는 범위를 잘 알아야 한다. 



제3 망루.  여기서 다시 해어져야 한다. 나는 남쪽으로 형은 북쪽으로. 


두 시간 짧지 않는등반. 그리고 악수로 다음을 기약한다. 


자주 볼 수 있기를. 다음에는 가볍게 오를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는 약속. 



터벅 터벅 만들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는 무릎이 욱신거린다. 


양쪽다 연골을 잘라 냈었고(스키 타다가) 얼마전 다시 무릎을 거시기 했기에 내려가는 길이 버겁다. 



무명바위. 다양한 등반 코스가 있다. 쉬운길. 어려운길. 그리고 거칠고 부드러운길. 크지 않은 바위에 다량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금정산 회룡정사. 예전부터 있던 표식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지만 작은 흔적에서 변하지 않은 모습. 그리고 무겁게 변해버린 몸을 한탄하면서. 


무거워진 몸처럼 마음도 무거워 지지 않았는가 반성하면서. 



푸릇 푸릇한 새싹들. 


늘 이렇게 새순이 돋는 삶을 살고 싶은데. 물들어 가는 낙엽처럼 이런저런 세월의 물감들이 나를 덛칠하고 있다. 


속 맘은 그렇지 않다 주장하고 싶지만. 다른이들의 눈에 물들어 변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다. 



웅포 농장으로 돌아오는길 석양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보면서. 아침은 부산에서. 저녁은 익산 웅포에서. 300km 짧지 않는 길을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