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의 아침, 하루의 시작 작업의 시작 하지만 끝이 없다.
5시쯤 눈을 떴다.
밖은 아직 어두 컴컴. 왜? 잠이 깼는지 잠깐 생각 한다. 어제 일찍 잠든 것도 아닌데. 혹 돌아가는 기계소리가 이상 없는지 잠깐 집중하고, 핸폰에 문자나 메일, 혹은 다른 것이 없는지 확인, 머리맡에 달아 놓은 테블렛에 다큐 하나 틀어 놓고 다시 잠을 청한다.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는 국제 농업 시설들이 과연 그네들 주장대로 현지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식량위기. 그리고 여러 가지 숨겨진 선진국들이 만들어 놓은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금과 수출 보조금이 아프리카 농업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는 것을 담백하게 남의 일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
잠들기 전에 다큐를 틀어 놓는 것은 낮게 진동하는 기계소리에 쉽게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설의 온도를 작물 재배에 적합하게 하기 위해 10개월 이상 난방을 하기에 순환펌프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난방기 돌아가는 진동이 누워 있으면 작게 윙윙거린다. 순환되는 난방 수에 공기가 들어가거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펌프의 규칙적인 소리가 변하고. 그 소리에 잠을 깬 적이 많다. 잠깐의 소음은 대충 넘어갈 수 있으나 반복되고 일정 시간이상 지속되면 일어나 확인을 해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적성에 맞아야 오래 할 수 있다. 재배와 생산은 자연을 상대로 생명을 키우고 관리 하는 것이기에 남들보다 앞선 감각이 있어야 한다. 멀리서 작물들의 이야기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어떻게 식물의 소리를 듣는지 의문이 든다면 한 달만 있으면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단지 소리로 내는 것 보다 빛의 변화 그리고 작물의 작은 변화를 멀리서도 볼 수 있다.
아침 농장 한 바퀴 돌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피부를 통해 온도를 알 수 있고 발꾸락과 손끝으로 온도 차를 느낄 수도 있다. 대충 지나가듯 둘러보면서도 수많은 오이 중에 주변과 다른 녀석을 찾아 낼 수 있다. 바이러스가 걸리거나 생육에 문제가 있는 녀석들은 가까이 다가갈 때 나를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숫자로 기록되고 시스템을 이용해 작물을 관리 하지만 자동이라 해서 어느 하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작은 소리하나 신경이 집중되는 것은 낮선 소리와 익숙한 소리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 놓았기에 신호가 울리기 전에 먼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환경관리시스템 그리고 관수와 재배에 관련된 여러 가지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동작하다가 하나라도 오동작을 하면 전혀 다른 소리가 난다. 소리에 민감한 것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목소리로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의 진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목에서 나는 진동이 목소리, 어떤 이들은 그것을 파형이라 말한다. 파형을 느낄 수 있으면 식물의 소리. 바위의 소리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안 되지만 내가 키우는 작물의 소리를 들을 수는 있다.
가끔은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조용한 곳에 며칠 쉴 수 있기를 기원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리 먹고 쉰다 해도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는다. 커다란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 속에서 여러 가지 소음과 진동 그리고 파장들 속에 있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거벽등반을 할 때도 출발 하면서 에너지는 복구되거나 충전되질 않는다. 평상시 얼마나 훈련을 통해서 몸에 저장해 놓는가에 따라 등반을 성공 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 된다. 긴 카라반 과정과 B.C를 만들고 며칠 휴식을 취하면서 고 칼로리의 음식을 먹는 다고해도 체력이 보충되거나 몸속 에너지들이 새로 충전되질 않는다. 하얗고 깊은 산 밤하늘의 별. 등반을 하면서 손가락이 동상 걸리고 발과 온몸이 아우성 쳐도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조금씩 줄어들고 한정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늘 하던 대로 몸에 익혀 있는 것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벽 등반을 하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거벽 등반을 좋아 한 이유 중하나가 벽에 붙어 있으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 고승들이 오랜 수련을 통해 도달한다는 무념무상의 공간에 가장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암벽등반이고 거벽 등반이다.
찌~익, 찌~익. 핸폰으로 시계를 확인하니 6시가 막 넘고 있다. 농장장. 내가 일어나는 소리와 틀어 놓은 다큐 때문에 일어났고. 밖에서 오늘 수확하는 오이를 포장할 박스를 조립을 하고 있다. 7시 아주머니들을 출근시키기 위해 익산 시내로 들어가면서 늘 좁은 길로 들어서면서 돌아올 때는 산업도로로 나오게 된다. 이왕 나가는 길에 필요한 자제를 구입하고. 혹은 다른 일을 볼 수 있는가 생각 하지만 이른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예전 과테말라 산속에 있는 농장을 운영할 때. 아침 6시 까지 오는 직원들이 산을 넘어 2시간 걸어온다는 것을 알고 태우러 간적이 있다. 농장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체력 소모를 막기 위한 단순한 생각 이었지만. 작은 고개 몇 개를 넘고 큰 산을 옆으로 끼고 돌면서 직원들을 태우러 가는 길이. 하루의 시작이 된 적이 있다. 일반 원주민들에게 차를 맡기게 되면 여러 가지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에 아침에는 직접 운전을 했지만 몇 번 반복되는 과정에서 농장과 관련 없는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차를 태워 주길 원하고. 작은 도움이라는 생각에 허락하는 순간 트럭에 수십 명이 올라타는 것을 어찌 말리지 못했다. 그중 한 놈은 그것도 특혜와 권력으로 생각해 차비를 받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들. 단순히 선의에 생각한 것이 복잡해진 것을 여러 번 경험했었다.
일하는 원주민들이 오고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농장내 숙소를 만들고. 그 숙소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주급이 지급되는 토요일 농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농장 밖에 형성되는 작은 시장.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비를 찾아 어미와 아이들이 농장 밖에서 기다리며 혹시 받은 돈을 술로 다 날리지 않을까 미리 기다리는 것. 농장 규모가 커지면서 고용인원이 늘어가고. 고용인원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작은 마을에서 점차 커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변화. 그것을 컨트롤 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지 여러 번 현장에서 느꼈었다. 하나를 배우고 그 배운 것을 적용해 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가. 배우고 적용하고. 다시 문제를 느끼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더 큰 문제를 기다리는 악순환, 넘어가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막상 벽에 막혀 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운 시간들을 만나게 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넘을 수 있는 벽들이라. 여기 까지 와 있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 또 다른 벽이 막혀 있을지 조금은 긴장하고 있다.
농사꾼. 일이 많다.
자연을 벗하고 하늘을 보면서 살 수 있다 착각 하지만.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일 속에서 하늘 한번 보지 못할 경우가 있다. 몇 달 열심히 하면 충분한 시간에 열심히 놀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생각에 시작한 농업 생산 이지만 이것을 선택하고서 집중하면서 산행과 등반을 거의 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또 다른 산이 나오게 된다. 처음 1~2만평 정도면 직원 두고 딩가 딩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일이. 지금 고정직 9명 그리고 일용직 6명, 이네들에게 지급되는 한 달 인건비와 농장운영비용이 약 5,000만원.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바삐 움직여야 한다. 한가하게 농사지으며 유유자작 하겠다는 생각들이. 어떠하다 이렇게 됐을까?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생산 면적이 돼야 하고. 그것을 운영하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또 다른 농장을 만들고. 그러기 위해서 다른 기술들이 필요하고, 그쪽 관계된 전문가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망설이고 있다.
처음 독자적인 농장을 만들면서 느꼈던 많은 이들이 다시 머리속에서 뚜렷하게 각인되고 있다. 여기도 그러지 않을까?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만 성격이라 할 수도 없고. 천성이라 할 수도 없는 일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
** 농업 관련일을 하면서 전세계를 돌아 댕긴것을 책으로 만들어 볼까 하는 착각을 동의 한다면 추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