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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의 조금 다른 금요일.

까만마구 2013. 3. 15. 14:09


1. 


날자와 요일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는데. 금요일은 아침부터 전화가 온다. 


 "아빠 오늘 와요?"


보통 격주로 부산 집에 가지만 한 두번 빠트릴 경우가 있다. 지난 겨울은 거의 집에 가질 못했었다. 농장장과 교대로 주말에 2.5일씩 쉬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한달에 한번 집에 갈수 있다. 


  어릴때 부터 떨어져 있어서 일까?. 만나면 반갑고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지만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집에서 나오면 다시 갈때 까지는 별로 생각 나는것이 없다. 숙소나 책상옆에 흔한 아이들 사진 가족들 사진 한장 없다. 발렌타인(?) 2월 14일이 결혼 기념일이지만 한번도 챙기지 못했고. 그 날 같이 있은 적도 별로 없다. 큰놈은 생일을 기억하지만 막상 다가오면 며칠 지나 생각이난다. 작은 녀석은 언제 태어났는지도 가물. 생일이나 기념일은 거의 잊어 버리고 있다. 생일선물 달라는 녀석에게 농담삼아 너는 아빠한태 생일 선물 줬냐?. 되 물으면 언제 아빠가 한국에 있었어요. 답한다. 음력 9월은 대부분 밖에 나가 있을 경우가 많다. 국제전시회와 기타 여러가지 일정들이 추수가 끝나는 늦 가을에 모여 있고 늘 그시기가 내 생일과 겹치는 일이 많다. 


  결혼 첫날 신혼여행에서 등 돌리고 자고. 늘 혼자 잠 자다 곁에 누가 있는것이 귀찮아 발로 침대 밖으로 밀어 버린일을 가지고 마누라는 상투적인 불만을 표시 하기도 하지만. 그런일이 하도 많아 더이상 과거를 들먹이지는 않는다.  사귄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3년 동안 열번 정도 밖에 만나지 못한 남자. 늘 외국에 나가 있고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이상한 나라를 맘껏 다니는 것이 부러워. 결혼하면 같이 갈 수 있을것 같은 착각 때문에 나와 결혼을 한 여인. 같이 간다 해도 험한 오지만 돌아 댕기는 것에 질려 버려 다시는 같이 가지 않으려 한다. 중미 과테말라와 멕시코에서 농장을 할 때는 같이 현지에서 살았어도. 농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역시나 다른 나라로 출장이 많아 집에 자주 들어가지 않는, 멋도 없는 갱상도 남자. 이혼하자면 바로 인감때주고. 도장을 준다. 화가나 집에들어오지 말라면 몇년이고 들어오지 않는다. 로빙시켜 놓으면 언제 어디 가있는지 말도 하지 않는. 가족들에게는 거의 기본도 되지 않은 빵점짜리다.  지금은 그나마 3~4시간 거리에서 전화가 되는 지역에 있다는 것에 안도 하고 있다. 도시가 씷으니 시골가서 같이 살자 해도. 또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친구도 있고 낮설지 않은 부산에 있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아이들은 넓은 농장과 산과 들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여기 온다 해도 같이 놀아줄 자신이 없다. 


  큰 놈은 이번주 집에 오는가 몇마디 말로 전화를 막내에게 넘겨 주고, 6살 막둥이 녀석은 할 말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언니가 안주니 아빠 큰 핸드폰(겔 10.1)을 가지고 놀고 싶다는 녀석. 또래의 다른이들 처럼 고집 부리고 말성 부리지는 않는다. 아빠는 언제나 니편이다. 니가 하고 싶은 것으 아빠한테 말해라. 상투적인 이야기들. 


 "너도 아빠처럼 농사 배울래. 그럼 전세계에서 초청장이 와서 다 갈 수 있다. 북한도 맘대로 들어가고. " 


   그냥 내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농업 생산 현장에 있지만 깊이 있는학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남들보다 조금 많이 경험했다는 것. 오지를 돌아댕기고 험한 일을 좋아 하는것은 그냥 거벽등반을 좋아 하는것과 깊은 관계가 있을 뿐, 남들처럼 농촌을 살리기 위해. 혹은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남들보다 조금 경쟁력 있는 일 이였기에 지금까지 하고 있을뿐. 가끔 내꿈은 뭐 였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뭐였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2. 


  머리나 가슴속에 자동 리셋버튼이 있다. 뭔가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 것은 생각 하지도 않는다. 농장에 있으면 농장에 관한 생각만, 낮선 곳에 있더라도 그곳에 충실하고 그 일에 집중한다. 그리 좋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아주 편한 능력이 조금 있다 보니 다른 일을 할때는 머리와 감각이 그일을 하기 적합하게 자동 포멧되고 리셋된다. 


 근래 이것 저것 하는 일들이 있어 생각이 복잡해지고 현장에서 뛰어 다니는것 보다 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졌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고, 가고 싶은 곳이 많은것은 어쩔 수 없는 유혹이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고 음주 가무를 즐기지 않는것에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가?. 남들이 묻지만 글새 스트래스 받을 일이 그렇게 많을까?. 잠깐 조경회사에 있으면서 몇달 동안 오너와의 가치관이 달라 머리가 하얗게 변할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적은 있지만 굳이 하기 씷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갉아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오이의 생산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오전에 수확 선별하고. 오후쯤 전날 경매한 오이의 가격이 숫자로 날아 온다. 들어오기 무섭게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지만 다음달 쯤에는 충분히 쌓이지 않을까 착각 하고 있다.  생육이 빠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이 밀려 있고 아직 손발이 맞지 않아 많이 버벅거리지만 다음주 부터 인원이 더 보강된다면 조금의 여유가 있지 않을까?. 늘 예상하고 계획을 세우고 나름 진행하지만 부족한 자금과 인력은 모든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올해는 자금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고 싶지만 조금의 여유가 또다른 생각으로 이상한 일을 만들어 버리는 별다른 능력이 있어 자중하고 또 자중하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