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논문개요
논 문 개 요
2010년 현재 북한은 남한의 식량지원 전면중단, 중국의 식량수출금지, 매년 계속된 대홍수의 영향으로 아사자가 급증하는 등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식량의 74.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26위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통일한국을 대비한 식량문제 해결이라는 핵심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오늘날 세계 강국들은 해외식량생산기지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식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8년부터 남미지역에 정부가 직접 농장개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후 1991년부터 민간 기업이 꾸준히 극동러시아 연해주에 진출하고 있다. 연해주는 119만㏊의 광활한 농지가 있고 한반도와 인접해 있어 통일한국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남한의 자본과 영농 기술,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농지가 결합된 남·북·러 3국의 농업 협력 사업을 시행한다면 연해주에서의 성공적인 농업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가 남·북한의 정치·경제적 협력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연해주에서의 남·북·러 3국의 농업협력 사업추진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1991년∼1999년 사이에 연해주에 진출한 10여개 기업 모두는 사전타당성 검토소홀과 현지의 영농정보 부족으로 초기 영농에 실패하고 모두 철수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2000년 이후 연해주 진출 기업은 꾸준히 늘어나 현재 10개 기업이 쌀, 콩, 밀, 건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연해주에서 한국기업들이 생산한 곡물을 북한에 지원하자는 주장과 연해주를 통일을 대비한 해외식량 생산기지로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연해주에서의 한·러 농업협력 사업의 문제점은 첫째, 그동안 정부의 해외농업정책이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무관심과 역할 부재는 한국인 브로커들의 연해주 농장 소개업이 성행하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들 브로커들에게 입수한 연해주 농업정보를 공식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지난 20년간 한국 정부와 국회, 언론, 학계, 기업, 농업계 등 모든 분야에서 오류가 진행되어 왔다.
둘째, 연해주에서의 한·러, 또는 남·북·러 3국의 농업협력 사업에 대한 국내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와 국회도서관의 학위논문, 국내학술지논문, 학술지, 단행본을 검색한 결과 해외농업개발의 학위논문은 물론 학술지논문이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다. 200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연구한 ‘연해주 한·북·러 농업협력사업 추진 기본전략연구’가 유일하다.
셋째, 연해주에서의 농업협력 사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남북당국자들의 협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의 대화채널은 모두 중단되고 말았다. 이것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정착시켜온 화해협력과 평화공존, 경제교류협력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에 의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이러한 흐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가장 고조된 군사적 충돌로 발전되었던 2010년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폭격사건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국내의 연구단계가 지극히 초보단계라는 사실과 남북의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이 연구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은 오히려 이 연구의 시의성과 정당성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 논문의 연구자는 2008∼2009년까지 2년간 직접 연해주에서 농장을 경영하면서 현장중심의 연구결과와 식량생산의 과학화, 농기계와 사일로의 현대화, 그리고 영농매뉴얼 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해 첫해부터 수익을 창출했던 결산서와 경영분석을 근거로 연구했다.
이 연구는 먼저 한국정부가 연해주 현지조사보고서에서 발표한 통계와 자료에 대해 그 출처와 배경을 분석하고 오류를 바로잡았다. 이와 함께 러시아 정부와 연해주정부의 공식 통계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했다. 또한 연해주에 진출했다가 실패했던 업체들과 현재 영농 중인 업체들에 대한 농업투자 실태를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해외농업 투자실태를 알아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연구하여 연해주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이 실패와 좌절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했다.
연해주 해외농업의 성공조건은 무엇보다도 흑자경영의 모델에 있다. 그동안 일부 학자들은 경제성이 없다는 현실론이 주장하면서도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성은 분명이 있다. 노동력의 생산성 향상, 영농기술의 선진화, 농업기계의 현대화, 곡물관리의 전산화를 통해 일반관리비와 제조원가를 절감시켜 흑자경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남한의 자본과 영농기술,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농지가 결합된 남·북·러 3국의 농업협력 사업을 시행한다면 연해주에서의 성공적인 농업협력체계의 실현이 가능함을 입증시키고자 했다. 특히 양국 또는 3국의 정상회담에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여 관심이익을 최대화시키는 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하버드대학 협상문제연구소의 로져 피셔(Roger Fisher) 교수가 주창한 ‘하버드 식 협상론’을 적용하여 추진방안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1991∼2000년까지 연해주에 진출한 업체들의 경영분석을 토대로 앞으로의 전망과 가능성, 추진방안과 대응전략을 한국정부의 입장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해주 농업환경, 농업정책, 러시아법과 제도를 개관하고 1990년 한·러 국교수교 이후 연해주에 진출한 20개의 한국 업체들의 진출동기와 목적, 경영실태를 분석했다. 연해주 해외농업개발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면서 실패한 업체들의 실패원인과 성공한 업체의 수익구조와 경영분석을 통해 당기순이익을 배가시킬 방안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극동러시아의 광활한 농업시장을 겨냥한 한국의 농업관련 산업의 진출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2009년 2월, 연해주에서 한국기업이 생산한 콩 90t을 평양까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국의 종단철도(TKR)를 이용해 지원한 사례가 남겨준 시사점이 연해주에서의 남북농업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북의 연해주 농업협력 사업은 동북아 정치안정과 경제적 균형발전, 남북협력사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데 함축된 의미가 있다.
연해주에서의 남·북·러 3국의 농업협력 사업은 경제적, 산업적, 민족적 차원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가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민족의 연해주 농업이민이 시작되었음을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했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49년 장기간의 농지임대를 통한 식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은 사실상 항구적인 영농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자손손 연해주에서 영농이 가능하도록 소중한 유산으로 물려줘야 할 막중한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이 연구에서 제시한 남·북·러 3국의 농업협력 사업은 궁극적으로 대북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TSR과 TKR의 연결사업, 시베리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북한지역 매설공사, 극동러시아의 전력을 남북한에 공급하는 에너지협력 사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사업은 필연적으로 남북이 상호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해당사국인 남북이 적대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극동러시아의 자원개발은 물론 이와 관련한 부가적인 경제협력 사업의 주도권을 중국이나 일본 등 제3국에게 빼앗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아쉬움과 한계성이 있다. 이 연구에서 제시한 연구결과는 남북대화를 통한 평화공존과 경제협력의 복원으로 남북관계가 화해협력의 단계로 접어들어 상호 긴밀한 협력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볼 때 효용가치의 한계성을 내재하고 있다.
남·북·러 3국의 농업협력방안을 어렵게 하는 정치적 요인과, 협력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관계로 연구방법에 있어서 사회과학적인 방법론을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해주에서의 남·북·러 3국의 농업협력 방안의 성패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연해주에서 생산된 식량의 북한지원이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그리고 이러한 농업협력 사업이 남·북·러 3국의 경제협력에 미치는 영향에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