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뭘 먹을까?
하루에 서너번 하게되는 귀찮은 고민이다.
며칠 농장 밖을 나가지 않고 어리굴젓. 조미김 두가지로 끼니를 때웠다.
익산 지역에 너무 오래 있었나? 지금까지 평균 일년 단위로 지역을 옮긴것은 내 뜻이 아니었다. 처음 몇 년 수십 년. 혹은 평생을 같이 하자는 이들이 일년 지나면 생산 관련 기술이라는 것이 별거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 또한 반복되는 일상을 별로 좋아 하지 않아. 위험한 고비 넘기면 상주하는것 보다 한두번 방문하는 컨설팅으로 바꾸자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익숙한 일 보다는 변화 있는 것을 좋아하는 변태적은 성격이라 해야 할까? 쓰러져 가는 농장 복구 하는 것도 더 이상 흥미가 없고 새로 농장을 구성하는 것은 그나마 재미 있어 몇번 거시기 했지만, 농가들과 분란은 더이상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으로 바뀌게 된다. 근래 분쟁이 생기면 바로 법의 도움을 받는다. 덕분에 혼자 고민 할 이유가 없어 졌다. 관계자 옆에 있는 이들의 공갈과 협박. 협잡들. 비용이 커질수록 피해보는 쪽이 정해져 있다.
잠깐 알바 하는 기분으로 시작된 Farm1st 기술농업 교육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김제 농가가 '교육자의 탈을 쓴 사기꾼"이라는 문자에 한동안 맥이 빠져 있었다. 며칠전 당사자 끼리 만났을 때 오히려 자기를 공갈 협박했다 주장하는것을 뭐라 말 할 수 있을까?. 상호 비난하지 말자는 합의서는 거부했다. 문자로 온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운다고 지워 지는 생채기가 아니다.
익충과 해충을 구별하는것은 자신의 관점이다. 나에게 이로우면 익충. 해를 끼치면 해충. 단순히 사람 중심으로 생각 하기 때문이다. 근래 병충해 방제 교육을 진행하면서 역설적으로 충과 균의 권리와 그네들이 할 만한 주장을 이야기 한다. 밖에서 놀고 있는 것을 들어 오라고 측창 열어 놓고 각종 미네랄 식물과 스크린 여기저기 골고루 뿌려 놓고서는 이사와서 짐풀고 적응하고 있으면 나쁜놈이다. 너때문에 농사 망쳤다 원망하며 약치는 인간들의 저의를 모르겠다. 진실로 나쁜이들이다. 우스게 소리로 말하면서 지금 내가 그 짝이 아닌가 뜨끔 할 때가 있다. 도와 달라 할때는 언제고 지금은 원흉으로 몰아 붙인다. 그리고 잔금을 주지 못하겠다 버팅기고. 망신 줄 것이라 주장한다.
수강료를 받았으니 그 정도는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과. 내돈 내고 왔으니 본전 뽑아야 한다는 사람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새벽 까지 잠자지 않고 논쟁아닌 논쟁을 하는 것. 정규반 10번과 중급. 혹은 중상급반. 작물반 진행하는 기수마다 특성이 다르다. 교육 기간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조심하는 것은 어느 한 순간 되돌아 설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가까이 하지 않고 어느정도 거리를 두려 한다. 어떤 농가는 다 죽어가는 작물 며칠만에 살려 놓았다고 "재림예수"라 칭하기 까지 했었다. 그네들 집과 재산 까지 내 놓겠다는 것에 덩달아 우쭐 했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면 오싹할 정도로. 그네들이 잘못한 것을 되돌려 놓는것 뿐인것을 신비한 능력이라 치켜 세우는 이들을 멀리 하는 것은 과도한 친절이 결국 해가 된다는 것을. 인터넷을 검색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것을 미리 경험 했다는 것을 부러워 하는 이들도 경계한다.
농장 앞을 지나가면서 출입문에 잣죽 걸어 놓고 끼니 놓치지 마라 하고서는 파종판과 자재실 털어가는 이가 밉지 않고. 내가 시키는 대로 했더니 세금 많이 돌려 받았다고 직원들한테 저녁 푸짐하게 한턱내고 가는 이들을 보면서 나름 뿌듯한 환상에 거시기 하기도 하는 소소한 일상이 점차 따분해 진다.
따분한 일상에서 그나마 근래 온실에 적합한 data logger 개발 문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눈 이들이 있고 이를 진행하는 즐거움때문이다.
- 왜 아직 국내에서는 만들지 못했을까? 이 간단한것을.
생산환경의 근거가 되는 data를 산출해 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 많은 업체와 전문가들이 도전했지만 딱히 기준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완성했다 주장하는 이들이 몇 있고 그것으로 전세계 작물생산 온실의 big data를 분석 제공 할 수 있다 영업 하지만. 같은 참고서로 공부 한다고 누구나 1등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과거 급제한 이의 붓을 물려 받거나 아들 많은 집의 속곳이를 받아 온다고 따라 할 수 없는것이 농업이고. 생명이기에 data 보다 중요한것은 객관적인 자료다. 그리고 그 자료를 활용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하고.
쉽게 생각 할 수 있지만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꽤 많은 개발자들. 혹은 전문가라 주장하는 이들을 만나 많은 교류를 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을 몇 시간만에 뚝딱 만들어 버리는 이들을 만났을 때. 그것도 교육을 진행 하면서. 내가 주장한대로 만들었다는 것에 고마움. 몇 번 수정과정을 거쳐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크다.
당신이 하자고 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주장하지만 나 또한 전부를 아는것이 아니다. 개발을 하는것이 아니라 사용과 활용만 했었기에. 이렇하면 안된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렇게 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것도 지겹다. 오히려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 이들을 가까이 갈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개발한 제품을 당신 교육에 반영해 달라는 것에. 쪽팔리지 않는 제품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하게 된다.
Farm1st 출신들과 공동으로 몇 가지를 만들고 있다. 100명 넘는 출신들 중에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어 쉽게 농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네들에게 농업 환경이 어떤것인지 따로 설명 하지 않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