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얼. 참고서
부산과 양산의 경계 양산 동면 사송이라는 마을이 있다.
지금은 관광농원으로 바뀐 성림목장 이라는 곳이 내 어릴적 삶의 터다.
그곳에서 걸어 한시간 떨어진 동면국민학교에서 3학년 까지 다니다. 산 넘어 부산 청룡초등학교로 전학온 뒤로 거의 가지 못한다. 어릴때 잠깐 광안리 바닷가에 산 적이 있지만 내가 자라고 놀던 곳은 금정산 산 자락이다.
참고서. 그때 아버지에게 처음 들었다. 양산 촌동내 전교생 100여명도 되지 않은 곳에서, 도시 변두리 한 학년에 60명넘는 반이 10개나 있는 곳은 처음이다.
번잡함 시끄러움. 사람이 많다는 것은 누가 누군지.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청룡국민학교로 전학 갈 때 학생들이 많으니 참고서가 필요 할 것이고 어떤 것을 사줄까? 아버지가 물을때. 동아전과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한가지더 그때 참고서가 뭔지 잘 몰랐다. 그냥 동아전과라는 말을 동화책으로 들었던 기억
두툼한 참고서를 처음 받았을때의 호기심, 교과서 내용을 그림과 사진을 겯들여 설명하고 여러가지 문제를 풀어보는 것. 돌이켜 보면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학교때는 학급의 한 녀석이 교사용 참고서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반 아이들과 보면서 학급의 성적이 올랐었다. 교사용 참고서와 똑같은 시험 문제지를 보면서. 참고서에 정답이 적혀 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결국 선생님에게 들켜 다음 시험부터는 같은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참고서.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 예상 문제집 또한 흥미를 끌지 못했다. 단순한 문제를 나열하고 비슷비슷한 답을 찾아 가는것은 하나의 답만 이야기 하는것에 씷증을 느꼈는지 모른다. 내가 맞다 생각 하는것이 남들의 기준으로 볼때 틀렸다 할 수 있다는것. 그리고 내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그네들이 만들어 놓은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점수로 그리고 등수로 판단하는 것이 씷었다. 지금도 책을 읽을 때 믿줄을 치거나 중요하다 생각하고 표시하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번 읽을때와 두번 읽을때 생각이 달라지고 믿줄을 긋게 되면 거기에 시선을 빼앗겨 다른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표시를 잘 하지 않는다. 대충 어느책에 어떤 내용이 어디쯤 있었는지만 기억해 놓는다. 지금은 인터넷과 검색엔진 거기다 번역프로그램까지 있으니 필요한 자료를 찾는 것은 더 쉬워 졌지만 방 한가득 각종책과 자료들로 꽉 채운적이 많다. 하권의책 하나의 지식보다는 같은 주재라도 다양한 책들을 읽고 수집하는 즐거움. 이사람은 이렇게 생각 하는구나? 혹은 이책은 어렵지만 저책은 이해하기 쉽다는 착각. 내 수준에 맞는 책과 자료를 찾아 내는 즐거움이 언젠가 부터는 지금은 이해 못해도 나중에는 알게 되겠지, 혹은 필요할 때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눈에 띄는대로 자료를 수집하다 지금은 카메라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잘 모르는것을 알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천재라 하고 많은 이들은 바보, 멍충이, 사기꾼 기타등등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가지고 판단하고 주장한다. 굳이 그런 것에 흐느적 거리지 않지만 스스로 수 많은 실수를 격는 과정을 즐거워 하고 있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와 창피한 기억 또한 많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멍청한짓을 참 많이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것을 거스리기 쉽지 않다는것을.
근래 참고서 만드는것에 집중한다. 메뉴얼이라 바꿔 부른다. 올 겨울에 1차 완성을 목표로.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을 씷어 하면서 비슷한걸 만들고 있는것이 모순되지만 짐을 내려 놓기 위한 방법이 된다. 시설재배에 필요한 기본회로 몇개. 센서와 기타 부속들은 어디서 구입하고 어떤 방법으로 활용하는지 교육생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바쁘다.
작물 재배에 필요한 지식 그리고 어떤 것을 활용 할 것인지 판단하는 근거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온실의 방향과 작물의 품목과 품종 그리고 재배 방법. 온실 형태 기타 여러가지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통합되는 기준을 만드는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준을 정해 놓지 않으면 시간 허비가 너무 많다. 각 분야 전문 기술자들이 있고 담당자가 있지만 기준이 없으면 하나를 보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된다.
온실 난방에 참고 할 도면이 없어 농가들과 전문가라 주장하는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네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재배를 해 왔는가? 의심을 할 정도. 몇 가지 이야기 하면 신비한 마법처럼 깜짝 놀란다.
이네들이 정말 이것도 몰랐을까? 스스로 전문가라 주장하고 몇 십년 온실 관련된 일을 했다 이야기 하면서 웅포농장 외국인 직원들 보다 못한 이들이 많다. 실력을 떠나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 때문에 오히려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만 갈 때의 당혹함. 최신한국형 유리온실이라 주장하는 웅포농장의 어리숙함으로 한국 시설농업 관계자들의 신뢰가 바닦으로 떨어져 있었지만 부분적으로 그래도 전문가들은 있을것이고 그네들 기술 집단이 있을것이라는 생각 하고 있었지만, 근래 씨부럴.. 띠바 욕이 입밖으로 자주 나온다. 우리 직원들 보다 못한 이들이 전문가라 터무니 없은 주장과 높은 조건을 내 걸때. 어이 없다는 생각을.
기술을 이야기 하기전에 개념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시설농업은 모든것이 유기적으로 연동 될 때 활용도가 높다. 단순히 온실파이프 치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간과 흐름이 더 중요하다.
실력은 이론과 지식의 바탕위에 현장 경험이 누적될때 쌓을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지혜라고 한다. 삶의 지혜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전체 흐름을 정리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높은 이들이 많이 있을때 한국 시설농업은 발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고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당장 스스로 현장에서 손을 때기 위해서는 메뉴얼이 필요한데 높은 수준의 메뉴얼이 아니라 단순한 각종 배관과 기본 자재 선택부터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에서 맥이 빠진다.
하나의 기준을 정하는것이 아니라 일단 시작해 놓으면 누군가 반박하고 첨삮하고 수정해 가면서 좀더 객관적인 자료들이 수집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