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사람?
큰 녀석이 초등학교때 '아빠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 오기' 라는 숙제를 학교에서 내준적이 있다.
딸아이가 제출한 가족 신문을 보면 아빠가 거의 S.F 혹은 무협지 수준의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었다. 초등학생 눈으로 북한도 맘대로 가고 세계 각국 여기 저기 아무곳이나 쉽게 갔다 오는 것이 신기해 보였겠지만. 집에서는 무쓴일을 어떻게 하는지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큰 녀석이야 컴으로 가끔 블러그를 들어와 보면서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디 가있는지 확인 하지만 다행히 마누라는 컴맹이라 잘 알지 못한다. 로밍해 놓은 것의 전화 연결음이 이상한 것만 가끔 물어보지만 시침 뚝. "글새 잘 몰라" 주말 부부도 아니고 한달 두세번 겨우 집에 들어가니 열흘 이상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말 하지만 잠깐 출장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선물 사오는 경우도 거의 없고 자주 있는 일 이기에 따로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친구나 지인을 만나도 일에 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단순히 시골에서 농사 짓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소개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었인지 딱히 구분하기 어려울때가 많다. 모임이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을 소게 하라고 할때. 혹은 다른이가 나를 소개할때 하는 이야기들이 낮설때가 있는 것은 스스로 정리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로 "농사꾼" 이라고 주장하지만 자기 농장 바이러스 걸려 개고생 한 것이 몇 년전 이지만 농사꾼이라 주장 할 때 아직도 얼굴이 화끈 거린다. 농업 엔지니어라 주장하기도 하고. 근래 컨설팅이나 교육을 한다고 주장 하기도 하지만 딱히 뭐라 정리 하기 어렵다. 명함을 만들지 않는것 또한 거기다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일상 대화 대부분 농업 생산에 관련된 이야기들. 남들이 키우고 있는 작물을 보면서 쥔장과 이야기 하는것을 좋아 한다. 앞날은 알 수 없지만 작물을 보고 있으면 지난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 될것인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추리소설처럼 몇개의 현상을 가지고. 여러가지를 상상 할 수 있고 쥔장과 대화 속에 오차 범위를 줄여 나가다 보면 새로운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스님들의 선문답 처럼. 답이 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것을 찾아 내는 즐거움.
내 농사, 내 작물만 보는것이 아니라 년중 8~10군대 온실을 컨설팅이나 교육 혹은 복구 때문에 관여하기에 여러가지를 하나의 선에 올려 놓고 볼 수있는 특권이 있다.
사람 말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는 있어도 작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읽는 듣는것은 귀로 듣는것이 아니라 눈으로. 손으로 감각으로 읽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물은 속이거나 거짓을 만들지는 않는다. 미처 보지 못하는 경우나 잘못 생각 하는 경우 또한 그녀석들이 속인 것이 아니라 경험과 실력.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지금은 알 수 없어도 몇해 지나거나 몇일 지나면 알 수 있다는 것에서 작은 즐거움이 있다. 지금은 알 수 없어도 언젠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생각과 기다림 이지만 답을 찾아 가는 것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등반과 같다.
작물을 보는 것은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사진 한장으로 주절주절 이야기 하는 것은 즐겁다. 여기다 쥔장과 나눈 몇마디 이야기. 난방관이 밑에 있는데도 작물이 습하다는 것의 원인 통로쪽에 이렇게 만들어 놓은 이유. 이것은 나와 쥔장. 그리고 일정 수준에 올라가 있는 이들만 상상 할 수 있다.
하나의 사진으로 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수 있고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 농업생산을 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다.
농업 생산은 정답을 찾기 없지만 틀린답은 수 없이 많다. 틀린것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다 보면 정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결로..
거의 노이로제에 가깝다. 작물에 물을 뭍인다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좋지 않다. 방제 목적으로 살포 한다 해도 이유가 분명하고 사후 처리가 잘 되야 한다.
롤업 개폐기를 저주 하는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초기 시설농업 확장에 지대한 공이 있다 주장 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퇴출 해야 하는 개폐 시스템이다.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것을 가격이 싸다는 이유. 구하기 쉽다는 것. 너도 나도 다 이렇게 한다는 생각에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국 시설농업을 확산하는데 지대한 공을 한것은 사실이라 해도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개폐 방식때문에 고스란히 농가들이 그 부담을 안고 있다.
기근.
화방에 기근이 발생한 것은 자주 보기 어렵다. 근권의 문제. 그리고 야성이 강하다는것.
기근 발생이 일률적이고 멈췄다는 것은 열흘 전후로 뭔 문제가 있었고. 상황이 호전 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화. 화방이 길고 꽃이 여러갈래로 핀다는 것은 저온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 이녀석도 일주일. 혹은 열흘전에 뭔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5화방은 불안 하지만 그 위로는 정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잎의 길이와 폭 그리고 엽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많다. 줄기의 굵기와 잎이 나오는 각도 또한 중요한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다.
쥔장은 자기 온실에 집중하고 있어 사소한 변화를 놓치기 쉽다. 가끔 일주일 혹은 보름 간격으로 작물을 볼때는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예전과 변화된 모습. 그리고 다른 농가들과의 변화와 차이점을 가지고 쥔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원인을 찾아 가는 즐거움. 사후 약방문 이라 하지만 쥔장의 특성과 재배환경 그리고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면 앞으로 이녀석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것인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앞에 분 재배를 하고 있다. 한개만 놓아 둔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놓아둔 화분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생각을 하게 한다. 밀식이라 할 수 있지만 나름 타당하고 좋은 방법이다. 남들에게 신비한 마법이라도 된것 처럼 비법을 전수 하는것이라 구라 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직업. 그냥 이야기꾼이라 할까?. 교류가 없던 인근 지역의 기술센터에서 강의를 부탁하면서 혹시 "까만마구" 를 아는가? 무슨 관계인지 묻는다. 재배와 생산 혹은 시설에 대한 교육을 부탁하는가 했더니 병충해 관련 교육을 부탁한다. 담주는 병충해 관리 전문가 가면을 쓰고 몇시간 이야기를 풀어 나갈까? 그다음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주재를 스스로 정하는것도 좋지만 남이 정해 주는 제목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 풀어 내는것도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