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 위치한 6,500평 규모의 유리온실, 김민수(가명) 대표를 중심으로 구성된 A농업회사법인이 이를 운영하고 있다. 온실은 정부 지원으로 지어졌지만 경영난으로 인해 부도를 맞았고, 지난해 4월 A법인이 해당 온실을 20년간 장기 임차했다.
A 법인이 유리온실 절반인 3,000평에서 백다다기 오이를 재배하는데 드는 운영비는 월 5,000만원. 김민수 대표는 이를 “돈 놓고 돈 먹기”라고 표현하면서도 “그래도 돈이 되는 사업”이라며 유리온실 운영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오이는 개당 600원, 하루에 1만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벌어들이는 수익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기업이 아닌 일반 농민의 입장에서 유리온실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유리온실 규모화, 김 대표 “농업의 선도역할” 농민 “농민을 버리는 것”
김민수 A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유리온실과 비닐온실의 내부 시설이 같다고 가정했을 때, 유리온실의 경쟁력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비닐온실은 5~7년 주기로 비닐을 교체해야 하는데 유리온실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대신 비닐을 두 번 교체하는 것보다 운영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리온실은 1,000평이나 1만평의 운영 방법에서 큰 차이가 없고, 3,000평 이하에서는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규모화는 필연적이라는 것.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화옹단지에 조성한 대규모 유리 온실과 관련해서도 운을 뗐다.
|  | | ▲ 전북 익산에 위치한 A농업회사법인의 유리온실에서 한 농민이 백다다기 오이를 재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
김 대표는 “동부팜화옹도 분명 잘못한 것이 많다. 그런데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농민들도 무조건 사업을 철회하라고 한 것은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동부팜화옹 같은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일을 한 시간을 더 하면 수당을 줘야하고, 대기업 수준의 월급을 줘야한다. 농산물을 팔아 그만큼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이에 따라 동부팜화옹은 어려움이 찾아올 것이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을 통한 발전을 이뤘을 것이다. 결국 우리 농업의 기술력은 한층 더 높아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농업에서도 어떤 기준점이 생길 때, 기준을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
이에 대해 이웅의 익산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유리온실의 규모화와 기업화는 막아야 된다”며 “농업을 사업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피력했다. 이 사무국장은 “유리온실이 유지비용은 적게 들겠지만 초기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이를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뿐만 아니라 판로도 문제다. 동부팜화옹은 거대 유리 온실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수출을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수출길이 가로막히지 않았나. 결국 내수로 돌아서고 국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또 농민들이 법인이나 작목반을 구성해서 해외에 수출하던 시장을 빼앗는 꼴이 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고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잡아먹는 것과 같은 형국”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농업만을 키우려고 하면 유리온실이 필요하겠지만 새만금에 대기업이 땅을 매입하고 있는 것, 또 대규모 유리온실에서 나오는 막대한 농산물, 결국 농업의 미래는 있을지언정 농민의 미래는 없다”며 농민이 사라져가는 농업의 안타까움을 역설했다.
정부의 무책임한 지원, 경영악화로 이어져
“저렴한 경차를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정부가 외제차를 살 수 있는 기회라며 외제차 가격의 절반인 5,00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가정해봐요. 아마 그 사람은 5,000만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돈은 할부로 나눠 내던가 어떻게 해서든 마련했겠죠. 그렇게 마련한 외제차인데, 운전하다보니까 오일도 갈아 끼워야 되고, 이것도 저것 가끔 손봐줘야 되는 거예요. 차를 운전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운영능력도 있어야 돼요.”
김 대표는 유리온실이 심각한 부도를 맞게 되는 과정을 이처럼 설명했다. 유리온실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정부지원과 보조 때문에 농민들은 이를 갚을 능력이 없어 부도가 났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시설농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이 그만큼 역할을 하지 못한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좋은 시설에서 고품질의 작물을 재배해야하는데, 시설이 받쳐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부는 우리 실정에 맞는 온실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농업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시설을 그대로 들여왔다. 먼저 부도난 유리온실들은 대부분 그렇게 지어진 한국형 유리온실이다. 중요한 것은 작물에 맞는 온실의 위치, 방향, 시설 등이 고려되지 않았고, 이를 조언할 전문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A 법인의 유리온실 6,500평 중 절반은 오이를 재배하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폐허수준이다. 공업소를 방불케 할 만큼 한쪽엔 수리 장비들이 널브러져 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지원해 정부의 방향대로 세워진 유리온실을 그가 생산하고 있는 품목에 맞게 하나하나 뜯어고치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표는 “온실의 역할은 밖의 환경을 차단하고 온실에서 환경 조절을 통해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데, 설계단계에서부터 잘못됐다. 끈질기게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지만 요즘은 하다가 지쳐서 손대기가 싫은 정도”라며 상황을 전했다. 결국 유리온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우선돼야하고, 또 이를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전문가가 돼야 유리온실의 성공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사무국장은 “소수의 사람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거대 유리온실을 지향하기보다 많은 농민이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익산에서는 하우스 1,000동 사업을 실시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만약 그 돈으로 유리온실을 지었다면 그 지원은 몇 사람에게 그쳤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농민 없는 농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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