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resso
전날 저녁 모임이 끝나고 별다방 비슷한 골목길 커피숍에서 espreso를 더블 그리고 곱배기로 한잔 가득 주문했었다.
바리스타왈.. 주문하니 드리겠지만 잠 못잘 수 있다는 이야기. 진짜 블랙으로 마시는지 몇 사람은 신기한듯 지켜 보고 있다.
큰 커피잔 절반에 담긴것을 마시면서 설마. 이것 때문에 잠을 못 잔다는 것은 상상 하지도 않았다.
눈은 피로가 쌓여 곧 감길것 같은데 귀가 열려 있어. 잠들기 전에 틀어놓은 다큐를 3편을 듣고 말았다.
그것도 "100가지 위대한 발견" 중 3편을 잠깐 졸다가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 눈이 떠지고. 그리고 다시 조금 졸다가 눈을뜨고.
주기률표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발명과 발견. 그리고 추론을 만들고 예상한 것을 증명 하면서 발전한 "화학" 물리학, 천문학.
반 가사상태에서 익숙한 단어가 들리면 다시 눈을 뜨는것을 반복 하다. 잠을 못잘 수 있다는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했다면 왜? 잠들지 못하는지 한참 고민 아닌 고민을 했을 수 있었다.
지난주에도 거의 잠을 자지 못해 책을 몇권 읽은적이 있는데. 돌이켜 보면 그날도 저녁 늦게 espresso를 더블에 곱배기로 마신 날이었다는 것을 겨우 기억해 낸다.
결국 천창을 두들기는 비 소리에 일어나 열어 놓은 환기창을 절반 이상 닫아 놓고. 두런 두런 잡생각을 하고 있다.
머리속은 띵 하고. 눈은 아직 뻑뻑한대. 정신이 말짱하니, 다시 잠들기도 틀렸다.
어제 회의에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경영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표라는 자리에 앉아 있는것이 서로 힘들다는 이유. 거기다 벌려 놓은 일들이 너무 많아 이제는 전문 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 것을 겨우 통과되어.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것이 대표 자리라 생각 했지만 현실은 부족한 자금을 어떻게 만들지. 결제일이나 직원들 급여 주는날이 다가오면 머리속이 복잡하고 지끈 거리는 것을.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면서 성깔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다고 하기 씷은것을 억지로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중요한 고객이 될수 있고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사람인대도. 빈정 거렸다는 이유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신들 하고는 더이상 진행 하지 않는다. 선언해 버렸으니. 그 손실이 작지 않다.
복잡한 서류와 공과금 납부 등 법인이 해야 하는 일들을 귀찮다는 이유. 가산금 내면 되지 하는 생각에 그냥 냅두는 일이 반복되면서 여기저기 삐거덕 거리는 것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부족한 자금은 오이가 다시 생산하고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어느정도 안정화 되면서 전문 경영인을 찾기전이지만 나보다 더 잘할 사람에게 일단 대표이사를 넘기기로. 구성원들은 대표라도 맡고 있으니 붙어 있지 안그러면 또 어디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이유로 반대 했지만 직영하는 농장이 늘어가고 다른 일들이 꼬리를 물듯이 들어오니 결국 몇 가지 단서를 달고 풀어준다.
하루 몇잔의 espresso 를 마셔도 잠자는 것을 걱정한적이 없었는데. 나이 먹어서 그런가?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 그리고 경영을 하면서 정신적인 노동은 나같은 놈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느낀다.
"못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인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 할 것인지". 결국 후자를 택하고 말았다. 굳이 나보다 잘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을 다시 배워 한다는것 보다는 그냥 남들보다 조금 잘 하는것에 집중하는것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한달안에 전문 경영인을 찾지 못하면 다시 복귀 한다는 조항이 꺼림칙 하지만. 일단 무거운 짐을 넘겼다는것에서. 안도하고 있다.